본문 바로가기

Music

호랑이아들들-호소, 나의 기쁨 [뮤비/가사/듣기]

반응형

호랑이아들들-호소 (虎訴), 나의 기쁨

3인조 록 밴드 호랑이아들들의 첫 정규 앨범 [ 호소(虎訴)]를 발매하고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호랑이아들들-나의 기쁨, 호소 (虎訴)바로듣기

호랑이아들들-나의 기쁨, 호소 (虎訴)

두 장의 EP앨범 발매 이후 약 2년만에 정규 1집과 함께 돌아온
3인조 록 밴드 호랑이아들들의 첫 정규 앨범 [ 호소(虎訴)]



그 간의 경험들과 생활 속에 유영하는 생각들을 전작들과 비교해 좀 더 무게감 있는 작법으로 그려내
진화형 느와르 록 밴드, 호랑이아들들

지금 한국 대중음악 생태계는 EDM과 힙합이라는 두 지배종이 군림하는 거대한 정글이다. 이 정글에서, 타 장르는 에너지의 전부를 쏟아내도 겨우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정도로 보일 만큼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정글 생태계는 굳건하기만 하니, 변화를 넘어선 진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록음악은 한 때 음악의 모든 것처럼 여겨졌으나, 이제는 영광이 아닌 존재 자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실제로 전국의 열혈 록 음악팬은 3만에서 5만여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설. 여름마다 전국 각지에서 잠 못 드는 밤을 찬란하게 수놓는 록페스티벌에서도 록의 지분은 매년 줄고 있다. 

여전히, 록음악에 인생을 온전히 바치려는 신예 아티스트는 있다. 모든 아티스트는 의식 속에서 혹은 무의식의 단계에서 자신만의 레퍼런스를 지니고 있다. 아메리칸 스탠더드 록음악을 기초로, 70년대 한국 록의 정서가 레퍼런스인 신예 록 밴드가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멜로디는 12음과 5음계가 뒤섞여 있고, 리듬은 우직한 정박의 연속으로 엇박 그루브는 시도조차 없다. 관념에서는 이물감이 있는데, 실제 사운드는 그렇지 않은 팀이 있다. 호랑이아들들. 

호랑이아들들은 그렇게 현재 진화형인 신예 록밴드다. 이들은 거칠지만 착실하게 정글 생태계에 발을 내딛었고, 그 여정 속에서 과거 록음악의 찬란한 전통은 다양한 얼굴로 진화되고 있다.

스탠더드 록음악이라면 4인조가 기본이다. 호랑이아들들은 기타(보컬), 베이스, 드럼 이렇게 단촐한 3인조. 그런데 사운드는 박력만점이다. 화려할 땐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는 않고, 소박하고 정갈해 잡미가 없다.

청춘인데 느와르가 있다. 암울한 세기말을 노래하던 어두운 뒷골목의 연기 자욱한 느와르가 아니라, 록이라는 음악의 제전에 성실히 복무하고 있는 진지함의 느와르이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지나치게 보일 정도로 성실하기 그지없다. 

발표하는 거의 모든 곡의 송라이터이자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조성민은 팀의 리더이다. 그는 하루하루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생활인이기도 하다. 새벽근무를 마치고 아침 첫차에 피곤한 몸을 실으면, 홍대에서 기타를 메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종종 억울하게 베짱이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딱히 분노하지도 실망하지도 않았다. 매일매일 일을 했고 습관처럼 곡을 만들었고 연습을 했고, 그 모든 에너지를 모아 멤버들과 녹음을 했다. 

그렇게 탄생한 호랑이아들들의 첫 정규 1집 [호소(虎訴)]. 첫 디지털 싱글을 낸지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세상에 던진 풀렝스 앨범이다. 총 9곡으로 구성된 정규1집 [호소(虎訴)]는 8곡이 미발표 신곡이다. 신예 밴드 특유의 에너지로 밀어붙였다기보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느와르 청춘들이 만든 성실한 결과다. 

호랑이아들들은 이미 2017년 록신에 신인답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대수의 재림’이라고 불렸던 ‘마음의 바닥’이 2017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노래]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신인상 후보가 아니라 최우수 록-노래 부문 후보였다. 한국적 스탠더드 록을 충실하게 재현해 21세기의 감성을 적절하게 섞을 줄 알았던, 이 신예밴드는 1년이라는 시간을 오롯이 신곡으로 충만한 앨범제작에 쏟아 부었다. 

1번 트랙 ‘타래’는 기타리프의 강력한 호소로 시작한다. "앨범전체의 톤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느낌의 제1주제를 피날레까지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 일체의 기계음이 섞이지 않은, 정직하다 못해 날것의 질감이 즐거운 곡이다. 
타이틀곡 3번 트랙 ‘호소’는 앨범 전체를 통틀어 가장 화려하다. 화려하다고 했지만 신예밴드가 빠지기 쉬운 실수, 영혼 없는 기교를 뽐내지는 않았다. 차분하고 수수하게 팀컬러인 느와르를 잠시도 포기하지 않는다. 느긋한 블루스 느낌으로 시작하는 곡도 있다. 5번 트랙 ‘devotion’은 앨범 전체의 톤에서 잠시 빠져나와, 베이스로 잠시 숨을 고른더니 이내 호랑이아들들의 시그니처 같은 제1주제를 차분하게 반복한다. 스탠더드 록의 정석이다. 

이 앨범을 음식으로 비유하면, 정교하게 계산된 코스요리라기 보다는 정성스러운 한상차림에 가깝다. 트랙 순서로 서사를 만들어내는 기술대신에 단숨에 모든 음식을 올리는 한상차림을 선택했다. 모든 곡이 식욕을 적당하게 자극하는 우직한 느낌. 계산했다면 영리한 전략이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정직한 선택이다. 어느 쪽이든 특유의 미감이 멋지다. 
이 한상차림 앨범의 9번 트랙 ‘보라’는 별미 같은 느낌이다. 가사의 대부분을 ‘보랏빛 하늘’이 차지하고 있지만, 경쾌한 멜로디 전개로 무거운 보랏빛이 코랄 핑크처럼 화사하게 느껴지는 착각도 든다. 

타이틀곡이자 앨범 전체의 타이틀이기도 한 [호소(虎訴)]가 주는 메시지도 가볍지 않다. 호랑이아들들은 어떤 곡의 어떤 가사에서도 말랑말랑한 젊음의 일상을 관성적으로 노래하지 않았다. 젠체하며 사변적인 풍자도 없다. 
그저 세상 어느 한 지점을 향해, 일직선으로 "우리의 음악을 들어보라" 호소(呼訴)할 뿐이다. 정성스레 준비한 음원도 좋지만, 역시 얼굴을 맞대고 호랑이아들들의 음악을 들어보라는 호소. 이들의 음악에 쿨함을 넘어선 느와르가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다. 

진화형 느와르 록밴드, 호랑이 아들들. 단언하건대 록은 죽지 않는다. 시대를 거치며 벼리고 다듬어질 뿐이다. [호소(虎訴)]는 그렇게 벼리고 다듬어진 호랑이아들들의 선물이다. 

공태희 │ OBS경인TV 음악PD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호랑이아들들-나의 기쁨, 호소 (虎訴)[뮤비/가사/듣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