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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용성-반셔터 (Feat. 정우) [뮤비/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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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용성-반셔터 (Feat. 정우)

정우가 참여한 천용성의 새 싱글 " 반셔터 "  를 발매하고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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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용성-반셔터 가사

반만 눌러요 그거면 돼요
날 선명하게 다른 건 흐리게

가까이 와요 나로 가득 채워요
힘주지 마요 계속 흐르고 싶어

끝없이 반만 반만 반만
끝없이 반만 반만 반만

오늘이 끝은 아니라 믿어요
우린 더 나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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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를 위해 남기면 어때요
매번 비우긴 번거롭잖아요

잊힐까 두려운 마음
그댈 빠짐없이 적어 두고 싶어
빛으론 담지 못하는 
차고 뜨거운 공기 담고 싶어

끝없이 반만 반만 반만
끝없이 반만 반만 반만

끝없이 반만 반만 반만
끝없이 반만 반만 반만

끝없이 반만 반만 반만
끝없이 반만 반만 반만

끝없이 반만 반만 반만
끝없이 반만 반만 반만

천용성-반셔터 (Feat. 정우)

인간이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눈을 통해서, 그리고 상상을 통해서. 각막과 동공을 통해 들어온 빛이 망막에 맺히는 상이 된다면 상상으로 그려진 이미지는 마음에 맺힌다.

 


천용성이 돌아왔다. 1집 앨범 《김일성이 죽던 해》를 통해서 그는 주로 기억을 노래해왔다. 우리는 천용성의 안내에 따라 김일성이 죽은 해인 1994년 언저리를, 그 시절에 유년을 보낸 이의 기억과 마음의 풍경 속을 여행할 수 있었다.

과거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삶이 고통과 부끄러움, 외로움과 쓸쓸함 같은 것으로 가득 차 있더라도 기억 속의 그것들은 이미 지나간 일이며 현재진행형이 아니기에 우리는 기꺼이 아름다웠던 풍경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삶이 고단한 만큼 지나간 고통은 감당할 만했던 것, 내가 견뎌냈던 것, 심지어 아름다웠던 것으로 미화된다. 그래야만 지금의 삶을 또 견뎌낼 수 있을 테니.

천용성의 새 싱글 〈반셔터〉를 처음 듣고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그가 기억이 아니라 지금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용성의 노랫말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공연을 기획했던 적이 있다. 그 공연의 제목을 ‘기억은 어떻게 노래가 되는가’로 정했을 만큼 나에게 그는 기억을 노래하는 음악가로 각인되어 있었다.

정우

그래서 그의 새 노래에 귀 기울이기 위해 먼저 천용성이라는 음악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버려야 했다. 이건 고정관념이 생길 만큼 그의 1집 앨범이 굉장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억을 노래할 때 그 안에는 이미지가 선명하게 그려지는 서사가 깃들게 된다. 시간을 두고 몇 번씩 곱씹고 떠올린, 이미 결말까지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모호하다. 불분명하다. 내 감정의 결, 생각과 관계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탓이다. 그래서 지금을 이야기할 때는 희망과 바람을 곁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흐름이, 서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반셔터〉에서 그가 “계속 흐르고 싶”다는, “그댈 빠짐없이 적어두고 싶”다는, “빛으론 담지 못하는 차고 뜨거운 공기 담고 싶”다는 바람을, 그리하여 “우린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노래하는 이유도 그게 아닐까.

‘지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천용성이 입고 있는 음악의 외피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레트로’다. 자연스레 윤상이나 김현철이 떠오르는 1990년대 식의 복고풍 사운드에 2020년대 식 전자음악의 리듬을 매치시켜 친근하지만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오래된 세대의 향수를 자극해 지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이 사운드는 지금 세대에겐 트랜드를 넘어선 새로운 스타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반셔터’라는 제목부터도 ‘카메라=스마트폰’인 지금 시대엔 선뜻 와닿지 않는 지난 시대의 용어가 아닌가.

아직 2집 앨범 전체를 들어보지 못 한 상황에서 싱글 〈반셔터〉 한 곡 만으로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이제 천용성은 지난 시절이 아닌 지금의 나를 이야기하고 싶어진 것이 아닐까. 〈반셔터〉가 인디씬에서 지금 세대의 감성에 가장 와닿는 노래를 하는 음악가 중 한 명인 정우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이라는 점이 그런 심증을 더욱 굳게 만든다. 주로 컨트리-포크 풍의 노래를 들려주던 정우는 〈반셔터〉에서는 살짝 알앤비의 뉘앙스를 가미한 성숙한 보컬을 들려주는데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보컬리스트로서의 정우의 발견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근사하다. 낮고 담담한 천용성의 어조와 황홀하게 어우러져 자꾸만 반복해서 듣고 싶어질 만큼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카메라가 포커스와 노출을 맞추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수동과 반자동(일부러 수동으로 조정하지 않는 이상 자동으로 모두를 맞춰주는 스마트폰 카메라는 논외로 하자). 피사체를 고정된 이미지로 박제하기 전에 좀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탐구하는 과정이다. 어쩌면 지금을 산다는 것은 끝없이 반셔터를 눌러 초점과 노출을 맞춰가는 일이 아닐까. 힘주어 끝까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지금’은 박제된 이미지가 되어 과거로 남게 될 것이니까 말이다.

 

기억을 입고 지금으로 돌아온 시간여행자, 천용성
― 이성민(한잔의 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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