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동쿨러-모래 / 대니
보수동쿨러가 첫 번째 정규앨범 " 모래 "를 발매하고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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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동쿨러-모래 가사
우울에 얼어붙은 새벽의 모래를 밟아
쉽게 부스러지는
멀어져가는 새들과
흩어져 날아가는 말들
지금이 가장 차가워질 수 있을 것만 같아
조용한 이곳에서
흐르는 눈물의 이유를 애써 물을 필요는 없지
이유를 애써 물을 필요는 없지
하늘을 바라보는 골목의 불길을 만나
기둥 뒤에 숨은
등 뒤를 비추는 신호등
불빛에 기댄 불안들
지금이 가장 뜨거워질 수 있을 것만 같아
조용한 이곳에서
흐르는 눈물의 이유를 애써 물을 필요는 없지
이유를 애써 물을 필요는 없지
우울에 얼어붙은 새벽의 모래를 밟아
쉽게 부스러지는
멀어져가는 새들과
흩어져 날아가는 말들
지금이 가장 차가워질 수 있을 것만 같아
조용한 이곳에서
흐르는 눈물의 이유를 애써 물을 필요는 없지
이유를 애써 물을 필요는 없지
이유를 애써 물을 필요는 없지
이유를 애써 물을 필요는 없지
보수동쿨러-모래 / 대니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수동쿨러 첫 번째 정규앨범 《모래》
그러나 애써 이유를 묻지 않는다. 눈물을 닦아주는 대신 곁에 있어 준다. 울 만큼 울고 마를 만큼 마르면 비로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걸음에 함께하는 것 ― 이것은 《모래》의 약속이다.
앨범 《모래》는 보수동쿨러의 첫 풀렝스다. 보수동쿨러는 2017년 활동을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8년, 싱글 〈죽여줘〉와 〈목화〉를 발표했다. 네이버 온스테이지 출연과 더불어 부산씬의 주요한 밴드로서 포지션을 확립해갔다.
EP 《yeah, I don`t want it》(2019)를 발표할 무렵까지, 보수동쿨러는 프론트가 중요한 밴드였다. 매혹적인 음색, 그리고 시적인 동시에 선동적인 가사가 리스너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프론트를 담당한 정주리가 2020년 밴드를 돌연 떠나게 될 때까지의 이야기다.
프론트가 떠난 밴드는 대개 방향을 잃는다. 그러나 보수동쿨러에겐 해당 사항이 없었다. 좌절하는 대신 밴드를 빠르게 재조직했다. 수십 명의 보컬리스트에 대한 오디션을 진행했다. 그중에선 아마 기존의 프론트와 유사한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수동쿨러가 찾는 이는 다음을 함께 도모할 사람이었다.
《모래》는 예상 밖의 음반이다. 지금껏 〔보수동쿨러〕라고 믿어온 것들을―부정하는 게 아니라―유유히 흘려보낸 듯 들린다. 사운드와 연주의 구성, 곡의 구조, 담긴 텍스트가 모두 미묘하게 달라졌다. 이 모두가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탓에 밴드의 에센스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음악적으로 가장 도드라지는 변화는 변박의 활용이다. 박을 빼거나 늘인다. 전대前代의 일부 프로그레시브 록이 범한 오류―기술적인 우월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닌 감정의 흐름을 보다 유려하게 표현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베이시스트 이상원과 드러머 최운규의 손을 거쳐 곡선적으로 재편된 리듬에 아름다움을 불어넣는 것은 선율의 몫이다.
《모래》의 프론트는 한 사람이 아니다. 보컬을 서브하는데 집중하는 듯 들렸던 구슬한의 기타는 이 앨범에서부터 비로소 자신의 목소리를 충분히 내기 시작한다. 곡선적인 리듬에 맞추어 화성의 전개도 기쁨과 슬픔을 분방하게 오간다. 근래의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기타 멜로디가 담긴 음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새로운 싱어 김민지의 우아한 목소리와 구슬한의 기타가 끊임없이 서로를 부르고 응답Call & Response하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세련된 디자인의 드러밍과 베이스 플레이까지 합쳐져, 앨범 《모래》는 선율의 향연처럼 느껴진다.
앨범 《모래》에서의 화자는 한 발자국 뒤에 있는 사람들이다. 쉽게 말을 걸거나 손을 뻗지 않는다. 숲과 해변을 헤맨다. 모든 기억이 바래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침대 위에서 울음을 터뜨린다. 슬픔에 관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야기의 엔딩이 끝없는 우울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영문은 모르지만 어쨌건 〔이곳〕을 〔걸어가〕는 / 〔걸어가〕야만 하는 사람들인 까닭에. 《모래》의 음악들은 숨죽인, 그러나 이후로 아주 오랫동안 곁에 머무를 감정과 사람, 이웃들에 대한 노래처럼 들린다. 그것은 어쩌면 기도하는 마음과 닮은 것은 아닐까.
슬한 씨와 민지 씨를 처음 만난 날, 빅 시프Big Thief와 파이스트Feist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앨범 《모래》의 프로덕션이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 나는 슬한 씨에게 플릿우드 맥Fleetwood Mac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플릿우드 맥과 빅 시프 사이에는 50년 가량의 시차가 있다. 하지만 원형原形이란 측면에서, 시차란 과연 큰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 원형이란, 〈모래〉나 〈고무〉 같은 소프트록일 수도 있다. 〈숨〉이나 〈대니〉, 〈구름이〉 같은 아트록일 수도 있다. 〈귤〉이나 〈샌드맨〉, 〈오랑대〉 같은 소박한 포크팝일 수도 있고, 때로는 〈계절〉 같이 쭉 뻗어나가는 이야기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원형이란 어쨌거나 어떤 근본에 대한 것. 앨범 《모래》에는 근본적으로 아름다운 록과 팝이 담겨있다. 꿈이란 종종 좌절되기 마련이다. 세계는 언제나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여전히 어떤 곳에선 새로운 아름다움이 태어나고 있다는 증거, 바로 《모래》다.
― 단편선(음악가, 프로듀서)
보수동쿨러-모래 / 대니 [MV/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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