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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306-보존 [뮤비/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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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306-보존

그룹 Room306이 EP [술과 꽃]을 발매하고 타이틀곡 " 보존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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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306-보존 가사

자물쇠가 있네요 
희끗희끗 녹이 올라 
이곳 저곳 바스라져 
기운이 다해가는 

영광스러웠던 향기 
소박한 찬미의 물결 
고대하던 떠오름 
내려오기 두려웠을 

다들 입모아 말했겠지요 
누구보다 빛날거라고 
기대를 먹고 자란 시간 
멋진 결말을 바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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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 종결은 오지않고
허리를 굽혀 열매를 주워
윤이 나도록 닦아내어
고이 모셔 잠그었겠지요

나의 자물쇠가 있네요
희끗희끗 녹이 올라
이곳 저곳 바스라져
영원할 줄 알았던

애를 쓴 흔적만 남아
아직도 찬미를 기다리는
짧았던 희열의 순간이
왠지 조금 서글프네요

Room306-보존

벨벳처럼 우아하고 포근한 리듬과 멜로디 아래 어둡고 아픈 강이 흐른다. Room306의 심연에 감춰두었던 커다란 감정 덩어리들 〈술과 꽃〉

 


어떤 음악은 우리 앞에 그저 내던져진다. 이 소리를 들어보지 않겠느냐는 권유나 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는 느슨한 부탁이 아니다. 어떤 음악은, 사고처럼 그저 내동댕이 당한 채 떨어진 곳에서 데굴데굴 구른다.

결국, 문제는 장소다. 그가 그렇게 불시에 떨어진 곳은 공감 능력이 제로에 수렴하는 차가운 피를 가진 이의 발치일 수도 있고, 세상 모든 상념을 끌어안고 답 없는 속앓이를 하는 이의 심장 한가운데일 수도 있다. 그곳이 어디냐에 따라 ‘어떤 음악’은 사막을 영겁처럼 떠돌아다니는 바싹 마른 회전초가 될 수도, 기름진 토양과 안온한 기후가 주는 안정감 속에서 깊게 뿌리를 내리는 거목이 될 수도 있다.

ROOM306이 3년여 만에 발표하는 앨범 [술과 꽃]은 그렇게 듣는 이 앞에 자신이 가진 감정의 패를 모두 내던지는 앨범이다. 대성공 아니면 대실패. 심지어 실패가 가져올 힘겨운 후폭풍을 알고 있음에도 두려움 없이 온몸을 던져 듣는 이 앞에 데굴데굴 구르기를 자처하는, 그런 앨범이다. [술과 꽃]이 내던지는 건 최소한의 가공조차 가해지지 않은 커다란 감정 덩어리다. 어른이 되어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려면, 살아남으려면 감춰야만 한다고 수없이 배운 날 것의 감정 그 자체. ‘외면’으로 시작해 재즈팝 풍의 ‘부양’으로 잠시 몸을 띄웠다 ‘침식’의 공허한 울림으로 끝을 맺는 이 솔직한 자기 고백의 기록은, 우리에게 어쩌면 익숙한, 평생에 걸쳐 다른 이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포장하고 감춰왔던 펄떡거리는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 소리 하나 단어 하나 허투루 넘어가는 것 없이, 하나하나 각자의 삶의 무게를 단 추를 단 파도가 몇 번이고 밀려왔다, 다시 밀려간다.

실제로 [술과 꽃]은 앨범의 모든 곡과 전체 프로듀싱을 담당한 프로듀서 퍼스트에이드(FIRSTAID)가 10년 만에 찾아온 2년간의 번아웃 경험 이후 2개월 만에 완성한 앨범이다. 만들었다기보다는 ‘쏟아냈다’는 표현이 훨씬 어울릴 작업의 결과, 곡이 태어나는 순간의 순수한 감정의 빅뱅은 태초의 모습 그대로, 그를 담아내는 그릇은 ROOM306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부드러운 질감 그대로 살아 있는 매력적인 결과물이 탄생했다. 가장 괜찮지 않은 순간 어쩐지 괜찮다고 말해버리고 마는, 정말 하고 싶은 말 대신 밥은 잘 챙겨먹냐는 의례적인 말로 진심을 감춰버리는, 나아지지 않을 미래를 알면서도 지금은 좋다고 한숨처럼 말해버리는 그런 순간들을 모아, ROOM306은 이전의 자신들이 걸어온 템포 그대로 유유자적 발걸음을 옮긴다. 세세하고 꼼꼼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퍼스트에이드의 프로듀싱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소멸하려는 뒤틀린 감정의 조각을 하나하나 길어내 차분히 엮어내고, 이히읗의 보컬은 그 얼기설기 엮인 감정의 타래 사이 채 이야기가 되지 못한 이야기와 순간이 되지 못한 순간들을 보듬는다.

좋은 앨범이지만,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앨범이냐고 묻는다면 잠시 주저할지도 모르겠다. 특히 음악을 들으며 음악과, 노랫말과,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공감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마음의 상태를 돌아본 뒤 괜찮다는 판단이 들 때 들어 보는 게 어떠냐 조심스레 권하고 싶다. 벨벳처럼 우아하고 포근한 리듬과 멜로디 아래 어둡고 아픈 강이 흐른다. 물살은 거세지 않지만, 물결은 끈적하다. 강가에 앉아 그저 바라보는 건 위험할 일 없지만, 그 물살에 몸을 싣는 순간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울 거라는 동물적인 생존감각이 사지를 감싼다. 데굴데굴 데구르르, 심연에 감춰두었던 커다란 감정 덩어리들이 음악에 맞춰 조금씩 기지개를 켠다. 그들을 다시 외면해 잠재울 것인지, 앞으로도 한참 남은 고단한 삶의 새로운 친구로 삼을지는 당신이 결정할 일이다. 취하거나, 취하지 않거나. 술과 꽃의 나날이 이어진다. 이토록 무심하게.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

#1. 외면

#2. 소음

#3. 위안 (〈My Favorite Things〉 Cover)

#4. 보존

#5. 조금

#6. 미덕

#7. 부양

#8. 모래

#9. 이해

#10. 침식

 

Room306-보존 [뮤비/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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