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ThatSuck-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합니다 (Feat. 겸) [가사/듣기]

엠씨 데트삭 (MC ThatSuck)-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합니다 (Feat. 겸)

겸이 참여한 MC ThatSuck (엠씨 데트삭) 의 디지털 싱글 "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합니다 " 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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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ThatSuck-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합니다 가사

점심 뭐 먹을 지만 결정하는 머글이
뭐 그리도 바쁜지 엑셀을 밟는
엑셀 도표 안의 나 표도 안나
여긴 시급 견적이 시급한 건조기

말라가는 my life
꼬리는 내린 채로 입꼬리는 올린 채로
건드리고 시비걸며 북적대는 이들과
컨트롤 C/V로 붙여놓은 일들

각잡고 있는 니들 같잖고 가짜고
저 문을 박차고 가자고 마음 속
목소리가 작고 대출 그거 갚자고
잠자코 소주잔 잡고 반창고

올해도 버텼다 한 해를 끝내자는
한 마디 올해는 달랐지
오래도 버텼다
끝내자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지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걸
매일 스스로를 속이며
숨쉬듯 한숨 쉬지

출사표 처럼 내려놓은 사표
기분은 묘했지 내가 지금 뭐 했지
시원할 줄 알았는데 식어버린 마음
내게 들러붙은 것들을 둘러본다

복사기와 파쇄기 사이 자리
짐을 싸지 여기선 일상인 와리가리
또 누군가 나같이 어제를 카피하고
찢겨 나가겠지 갈기갈기

다 치우는데 필요한 게 상자 한 개
다친 채로 피로하게 산 자의 한계
이건 블라인드를 내린 곳의 이야기
기다려 블라인드에 올려야 할 이야기

인사기록처럼 마지막은 속이 빈
인사, 자리도 마음도 비운다
이제부터 내가 진짜 나일지
아님 짐짝이 되는 나이인지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지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걸
매일 스스로를 속이며
숨쉬듯 한숨 쉬지

알게 뭐야 야 이 신발바닥
난 비비며 살아보기로 했다
배고프면 비빔면을 삶아 보기로 했다
어제는 어쨌든 내일은 내 일이 되기를

안정 취하라 하지 마
오늘이 완전치 않아 난 얌전치 않아
그러니 완전 취하자 그리고 지화자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지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걸
매일 스스로를 속이며
숨쉬듯 한숨 쉬지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지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걸
매일 스스로를 속이며
숨쉬듯 한숨 쉬지

엠씨 데트삭 (MC ThatSuck)-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합니다 (Feat. 겸)

제목의 독특함이 우선 시선을 끈다.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합니다."는 사직서에 흔히 들어가는 관용구로서, 소위 직장을 때려치우는 그 순간까지도 그 이유를 시원하게 쏟아내지 못하는 현대인의 비애를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비애는 바로 이 노래를 이끄는 힘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흥겨운 디스코의 비트 위에서 엠씨 댓썩은 경쾌하다. 그는 천연덕스럽게 신발 바닥을 비비며 살겠다고, 배고프면 비빔면을 삶아먹겠다고 외친다. 그러나 엠씨 댓썩은 또한 묵직하다. 현대인의 소비되며 사는 삶과, 사표를 내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현실의 문제들을 날카롭게 집어든다.

펀치라인과 라임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가사는 끊임없이 사무실 안의 오브제들을 가져다가 삶의 고단함에 연결시킨다. 그는 엑셀 도표 위에서 표도 안나게 엑셀을 밟고, 복사기와 파쇄기 사이 자리에서 복사되고 갈기갈기 찣겨 나가는 일상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다. 쉽게 어울리지 않을 듯한 가벼움과 무거움을 절묘하게 섞어내는 그 솜씨는 다른 아티스트들의 노래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그만의 감각이라 할 수 있다.

이 곡은 엠씨댓썩의 첫 여성보컬 피쳐링이 있는 노래이기도 한데, 7년여 만에 공식적으로 음악계에 돌아오는 보컬리스트 겸이 참여했다. 파워풀한 R&B 보컬이 디스코 리듬에 어울릴 거라는 세간의 인식을 무색하게 만들면서 그녀는 맑디 맑은 청아한 목소리로 듣는 이를 사로잡는다. 프로듀싱을 맡은 디템포 역시 악기소리 하나하나를 잘 배치해 놓으며 곡의 풍성함에 힘을 보탠다. 올해의 곡 중 하나라 하겠다.

랩: MC Thatsuck
보컬: 겸
작사: MC Thatsuck
작곡: BigBadBeats
편곡 & 녹음디렉팅, 믹싱, 마스터링: 디템포
자켓 디자인: 고노을

 

엠씨 데트삭 (MC ThatSuck)-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합니다 (Feat. 겸) [가사/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