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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불행 중 다행 (Feat. DJ Tiz) [가사/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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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불행 중 다행 (Feat. DJ Tiz)

래퍼 '만수 (MAANSOO)'가 첫 정규 앨범 " 불행 중 다행 (Feat. DJ Tiz) " 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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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불행 중 다행 가사

외계인을 믿었지 
지구를 멸망시켜주길 빌었지 
아무 일 없었던 2012년이 
미웠고 난 허무 했지 마야 문명이  

UFO 와 함께 살아남길 원했지 
그들과의 태초가 나의 거래지 
그것만이 이 눈물에 대해 설명이 돼 
그것만이 이 불행에 대해 액땜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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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판의 폰 같은 술병들 퀸은 잡힌 지 오래
길을 잃은 킹 닫혀버린 비숍에
펼치지 못했던 꿈 앞이 안 보였던 룩
유난히 어두웠던 밤 뛰어 넘지 못했던 나이트 

촛불을 켜 밝혀지는 빛 사이
일렁이는 고지서 창 밖은 웃고 있어
저 네온사인 틈 난 우울 했었지 늘
초점을 잃은 듯 그저 맞곤 했지 비를 

그때쯤 들은 에픽하이의 낙화 
그 난쟁인 나 같아 백야 Nocturne Lesson
에 눈을 떴어 텅빈 가난 위에 낭만을 덮어
허기진 내 열일곱 버텨낸 건 이어폰 

기어코 모든 시련들을 가사거리로
더는 전생을 탓하지 않기로
비록 아문 적 없는 흉터였지만
웃으면서 버틸 수 있었어 니가 있어 그래 

불행 중 다행 
니가 있어 난
불행 중 다행 
불행 중 다행
난 이세상의 밑바닥이 아닌 밑받침 

불행 중 다행 
니가 있어 난
불행 중 다행 
불행 중 다행
하늘을 걷는 난장이의 꿈 

기억해 신문배달 하고 샀던 Mic 딸린
헤드셋 그땐 눈 뜨면 힙플게시판
댓글에 취해 랩을 뱉을 때 였지? 
네이트온 친추 후 떴지 배틀랩 

스무살이 됐을 땐 힙합동아리가 있는데 또
등록금이 싼 국립대로
주말에는 부산역 프리스타일 이 히야들 다 비슷하이? 
걍 처발랐지 술제이는 되야 할 맛 났지 

흥미를 잃어 버린 대학생활 자퇴???????? 
포다비츠 내겐 너무 좁아 기숙사는 답답해
한 학기만에 창원을 떳고 아산에 공장으로
후에 이유창을 만났고 버스킹 후 완전군장으로 

전역 후 서울로 모두의 마잌 
좋은 형들과 vibe 허나 놓쳤지 난 
익숙함에 속아 당연했었지 다
뒤늦게 알았을 땐 없었지 의미가 

다시 혼자가 됐고 랩이 싫어졌네
생활고에 지쳤고 타블로를 탓 해
열등감이 솟구쳤지 나의 무능함에
잘나가는 친구들을 보며 배 아파해 

그만둬야 할 지 고민할 때
지난 7년의 미련이 내 발목을 잡네
결국 내가 제일 잘하는 거 이거
들어주는 팬들께 고마워 당신은 나의 

불행 중 다행
니가 있어 난
불행 중 다행 
불행 중 다행
난 이세상의 밑바닥이 아닌 밑받침 

불행 중 다행 
니가 있어 난
불행 중 다행 
불행 중 다행
하늘을 걷는 난장이의 꿈

만수-불행 중 다행 (Feat. DJ Tiz)

만수와의 인연은 꽤 오래전부터다. 못해도 7~8년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때 한국힙합 씬에는 ‘모두의마이크’가 있었다. 가리온과 내가 매주 개최했던, 언더그라운드 래퍼를 위한 경연무대다.

 


패기 넘치는 젊은 래퍼들이 매주 모여들었고 만수도 그중 한 명이었다. 모두의마이크에서 나의 역할은 최종심사평과 우승자를 선정하는 것이었는데, 만수가 한창 출전했던 당시의 고민이 아직도 생각난다.

‘이번 주도 만수를 우승자로 뽑아야 하는데 이러면 좀 뻔하지 않나? 그렇다고 억지로 만수를 안 뽑을 수도 없고.’ 만수는 여전히 모두의마이크 최다우승자로 나에게 기억된다.

[불행 중 다행]은 만수의 첫 번째 정규앨범이다. 그동안 여러 앨범과 싱글을 발표했지만 정규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앨범에 파격적인 무언가가 담겨 있지는 않다. 오히려 만수는 첫 정규앨범에 이르러 다시 근본으로 돌아간 것 같다. 다르게 말하자면 지금까지 하던 걸 계속 했지만 그걸 더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느낌이랄까. 이 앨범은 그냥 두 가지다. (힙합) 비트와 (타이트한) 랩. 두 가지 말고 세 가지로 말하자면 이 앨범은 비트, 랩, 그리고 (만수의) 삶이다. [불행 중 다행]은 ‘Beats, Rhymes and Life’로 가득 차 있다.

앨범을 플레이하면 시종일관 붐뱁 스타일의 비트가 흐른다. 실제로 ‘불행 중 다행’의 루핑, ‘사생아’의 샘플커팅은 반갑다. 전곡 디제이티즈(DJ Tiz)의 솜씨다. 디제이티즈는 아마 한국힙합을 통틀어 가장 꾸준히 샘플링 기반의 힙합비트를 만들어오고 있는 프로듀서일 것이다. 디제이티즈의 활동과 그가 발표하는 음악을 보고 있자면 2021년 현재 한국힙합의 진정한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는 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 힙합리스너인 나에게 디제이티즈의 비트는 늘 익숙하지만 단단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90년대 힙합 키드에게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사운드. 디제이티즈는 그런 소리들을 만수를 위해, 이번 앨범을 위해 만들었다.

디제이티즈의 비트 위에서 만수는 앨범 내내 자신의 삶에 대해 뱉는다.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적나라하게, 날 것의 자신을 뱉고 또 뱉는다. 이쯤 되면 힙합의 고유한 코드인 ‘Keep It Real'을 실천하기 위해 태어난 로봇처럼 보일 정도다. 또 그렇기 때문에 이 앨범은 흡사 만수의 자서전 같다는 느낌도 준다. 자서전처럼 책에 글씨를 적는 것은 아니지만 비트 위에 랩으로 자기의 삶을 솔직하게 뱉는 것이 마치 자서전을 듣는 것 같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돌그룹의 멤버나 발라드 가수의 삶에 대해 알고 싶다면 네이버에 그 사람의 이름을 검색해봐야 한다. 하지만 만수의 삶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인터넷 검색을 할 필요는 없다. 그냥 이 앨범을 들으면 된다. 래퍼의 앨범이란 이렇다.

만수의 이번 자서전을 듣다보면 또 드는 생각이 있다. 만수의 삶이 힙합의 고유한 서사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빈손으로 시작해 자신의 힘으로 삶을 개척한다는 'Selfmade' 서사는 힙합의 가장 핵심적인 서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만수의 실제 삶이 이 서사에 딱 들어맞는다. “할머닌 무릎이 아팠고 / 아버진 소주가 남았고 / 누난 교회로 도망쳐 / 근데 난 그거 안 믿어” 만수의 가사는 마치 오래 전부터 들어온 미국힙합 가사의 한국 버전 같다. 덕분에 만수는 스스로에게 진실한 채로 자연스럽게 힙합의 고유한 서사를 재현해낸다. 다행히도, 혹은 아이러니하게도.

한편 타블로는 이 앨범의 중요한 장치다. 첫 번째 트랙부터 만수는 타블로를 소환한다. 그리곤 타블로의 랩을 듣고 음악을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동시에 그의 가사를 곳곳에 숨겨놓는다(‘난 이세상의 밑바닥이 아닌 밑받침’, ‘하늘을 걷는 난장이의 꿈’). 두 번째 트랙에서는 아예 타블로의 ‘사생아’를 자처한다. 이 트랙의 마지막 구절(‘When my body turns cold, you will know / I remapped the human soul) 역시 타블로의 가사다. 이 광경은 나로 하여금 나스(Nas)가 라킴(Rakim)을 위해 만든 헌정 트랙을 떠오르게 한다. 만수의 첫 번째 정규앨범은 ’리스펙트‘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만수는 몰랐겠지만 모두의마이크가 끝난 후에도 나는 만수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만수를 지켜보는 나의 심정 중에 가장 큰 것은 아쉬움, 혹은 안타까움이었다. 결과물을 더 자주 발표해서 커리어를 부지런히 쌓아도 모자랄 판에 만수는 느리기만 했다. 하지만 오만한 오지랖은 부리고 싶지 않았기에 만수에게 별다른 말을 한 적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나에게 이 앨범은 만수의 설명 같기도 하고 과정 같기도 하다. 또 만수의 다짐처럼도 들리고 때로는 만수의 자가치유 작업처럼도 보인다. 문득 앨범의 가사 한 구절이 떠오른다. 만수의 새로운 시작이다.

닳고 닳은 신념과 때 묻은 가사
대체 될 수 없는 야마
한국 힙합 구석진 곳 난 내 파이를 만들어

김봉현 (힙합저널리스트)

 

만수-불행 중 다행 (Feat. DJ Tiz) [가사/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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