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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pmah (엡마)-Side A - Shapes, Textures, Rhythms and Moods[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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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pmah (엡마)-Side A - Shapes, Textures, Rhythms and Mo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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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pmah (엡마)-Side A - Shapes, Textures, Rhythms and Moods

동시대 샘플링 음악의 정수
샘플링 아티스트 Aepmah의 정규앨범 [Shapes, Textures, Rhythms and Moods]

말하자면 이 음악은 원본에 가까운 재현인 동시에 가상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원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것을 원본의 극복이라고 부르겠다. - Theoria

불규칙한 패턴의 연속이 청자에게 끊임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여유를 가지고 뒤를 돌아볼 틈 따위는 주어지지 않는다. 숙련된 연주자들은 연주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그 속에서 자신만의 패턴을 만들어낸다. 패턴들은 특정한 모양새를 갖추는 법이 없다. 끝없는 자유를 추구하는 순수한 마음가짐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더 새로운 것,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에 대한 희열만이 이곳에 있을 뿐이다.

이들의 음악을 ‘집단의 추상적 표현주의’라는 틀 속에 담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거칠게 내달리는 집단 즉흥이라고 단순히 분류하기에는 이들의 창의성이 너무나도 ‘정교하게’ 불규칙한 톱니바퀴를 돌려 댄다. 이들에게 특정한 장르로 규정되는 겉모양은 중요하지 않다. 너무나 다른 이들이지만 함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통일된 질감이 부여된다. 부드럽거나 미려한 마감은 아니다. 소리가 가진 본성을 살린 원시의 질감이다. 거친 비바람과 뜨거운 여름과 혹독한 겨울의 한파를 거치며 풍화된 자연의 조각품 같은 이 질감은 이들의 자유분방함을 하나의 연주로 엮어낸다.

앨범은 14분여의 A면 [Shapes, Textures, Rhythms and Moods]와 프리재즈 색소포니스트 김오키가 참여한 8분여의 B면 [Hwa <火, Fire>] 두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곡 모두 작은 주제들이 연속되며 하나의 큰 괴를 만들어낸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변화의 연속이다. 작게 구성된 주제들은 수십 년 전 오넷 콜맨이 그러했듯 음반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즐거움을 준다. 김오키는 기존의 연주에 동요를 일으키고 때로는 대립하며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공기는 차갑고, 숨쉬기 힘들 정도로 고조된 긴장감이 계속된다. 첫 번째 곡이 무언의 협력이라면, [Hwa]는 같은 지향점을 향해가는 두 세력의 협상과 전쟁이다. 예측하기 힘든 묘수로 상대를 허를 찌르고, 전력을 다해 싸우다가도 어느새 타협의 지점을 찾는다.

들을 때마다 마치 다른 장르의 음반을 듣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주변의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감상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 음반을 빼곡히 수놓은 수없이 많은 음악적 장치와 정교한 설계는 들을 때마다 놀라움을 안겨준다. 

내 생각에 아마도 이 앨범은 1971년쯤 만들어진 것 같다. 아니면 2171년이거나.

-시트레코즈 유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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